디즈니와 픽사의 공동 작품 ‘소울(Soul)’은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 전 세계인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깊은 성찰을 안겨준 애니메이션입니다. 단순히 감동적인 이야기나 눈부신 시각적 효과만으로 완성된 것이 아니라, 이 작품은 철학적 사유와 존재론적 메시지를 담은 현대적 우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음악이라는 매개를 통해 ‘삶의 의미’와 ‘존재 이유’에 대해 고민하게 만들며, 어린이뿐 아니라 성인 관객에게도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본문에서는 영화의 스토리 전개와 주요 인물, 공간과 사물의 상징성, 그리고 결국 이 영화가 말하고자 했던 인생의 주제 의식을 심층적으로 풀어보고자 합니다.
영화 소울의 스토리에 담긴 삶의 전환점
조 가드너는 뉴욕의 평범한 음악 교사입니다. 하지만 그는 음악, 특히 재즈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 차 있으며, 교단에 서는 일보다 무대 위에서 연주하는 삶을 갈망합니다. 그는 우연한 기회로 재즈 뮤지션 도로시 윌리엄스와 함께 공연할 기회를 얻게 되고, 드디어 자신의 인생이 바뀌려는 그날, 맨홀에 빠져 사고를 당하게 됩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조는 ‘The Great Before’라는 영혼의 세계로 이동하게 되며, 자신이 꿈꾸던 삶이 무엇이었는지를 돌아보는 여정을 시작하게 됩니다. 이 전개는 단순한 죽음과 환생의 구조를 넘어서서, 관객들에게도 익숙한 ‘삶의 방향 전환점’을 보여줍니다. 누구나 인생에서 결정적인 기회를 앞두고 겪는 불안, 기대, 그리고 갑작스러운 변수는 보편적인 인간 경험입니다. 조의 사고는 단순히 물리적인 죽음을 상징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삶의 가치에 대한 ‘죽음과 재해석’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는 그동안 자신이 무대 위에서만이 진정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믿어왔지만, 더 그레이트 비포어에서의 경험을 통해 그 믿음 자체를 의심하게 됩니다. 스토리 속 22번은 조의 삶과 완전히 대조적인 존재입니다. 아직 한 번도 지구에 가본 적이 없는 영혼이며, 삶에 아무런 기대나 호기심조차 느끼지 못한 채 수천 년간 그 공간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 캐릭터는 삶에 대한 회의, 무기력함, 정체성 상실을 상징하며, 특히 현대 사회에서 ‘번아웃’이나 ‘의미 상실’ 상태에 빠진 사람들을 은유합니다.
조와 22번은 서로를 통해 변화하며, 서로의 관점을 반영하게 됩니다. 이야기의 전개는 전통적인 영웅 서사를 따르면서도 반전을 줍니다. 주인공이 원하는 것을 이루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것을 이룬 후에도 ‘허무함’을 느끼는 장면은 관객에게 강한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성공이 과연 진정한 삶의 본질인지, 아니면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며, 이는 이후의 상징과 주제 해석으로 이어집니다.
영화 소울의 상징으로 풀어낸 철학
영화 ‘소울’은 단순한 감성적 서사를 넘어, 수많은 철학적 상징으로 구성된 치밀한 내러티브를 가지고 있습니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The Great Before’와 ‘The Great Beyond’입니다. 전자는 태어나기 전의 세상으로, 영혼들이 성격, 열정, 성향을 얻고 지구로 파견되기 전 머무는 곳이고, 후자는 죽음 이후의 세계입니다. 이 두 세계는 동서양의 존재론적 질문—우리는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는가—에 대한 시각적 해석입니다.
22번은 가장 상징적인 인물로, 삶에 대해 부정적이며, 존재 자체에 대한 목적을 찾지 못하는 영혼입니다. 수많은 전설적 멘토들이 그에게 삶의 의미를 설명했지만, 22번은 감흥을 느끼지 못합니다. 이는 우리가 책이나 타인의 조언, 사회적 기준으로는 인생의 의미를 온전히 체감할 수 없음을 말해줍니다. 삶의 의미는 외부로부터 강요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경험과 감각을 통해 ‘발견’되는 것임을 22번은 보여줍니다.
재즈는 이 영화에서 중요한 메타포입니다. 즉흥 연주의 예술인 재즈는 ‘계획되지 않은 삶’, ‘지금 이 순간의 집중’을 상징합니다. 조는 처음에는 음악을 수단으로 사용했지만, 점차 음악이 ‘목표가 아닌 삶 자체’였음을 깨닫게 됩니다. 이는 관객에게도 중요한 메시지를 줍니다. 우리는 종종 무언가를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현재를 희생하지만, 삶은 그 자체로 목적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잃어버린 영혼(Lost Souls)은 또 다른 강력한 상징입니다. 자신을 잃고 반복적인 일상 속에 갇혀버린 이들은 현실의 직장인, 학생, 부모, 예술가 등 누구나 될 수 있습니다. 이 장면은 우리가 너무 깊이 빠져버린 목표, 집착, 강박이 결국 자아를 소외시킨다는 사실을 직시하게 만듭니다. 영화는 이를 구원하는 방법으로 ‘지금 이 순간의 감각’을 회복할 것을 제안합니다.
영화 소울의 주제로 남은 인생의 의미
‘소울’이 전달하는 핵심 주제는 삶의 의미는 ‘위대한 목표’에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조는 무대 위에서 연주하는 것이 자신의 인생을 완성해 줄 것이라 믿었지만, 그것이 인생의 궁극적 목적이 아니라는 점을 공연 이후에 깨닫습니다. 그는 도로시에게 “이게 끝이 아니냐”고 묻고, 그녀는 바닷속 물고기의 우화를 들려줍니다. 물고기가 “바다를 찾고 있다”고 하자, 다른 물고기는 “여기가 바다야”라고 답합니다. 이 우화는 우리가 인생을 ‘다음 단계’, ‘더 큰 무언가’로만 인식하려는 태도를 꼬집습니다.
이와 연결되는 것이 22번의 변화입니다. 그녀는 처음에는 어떤 열정도 없었지만, 지구에 와서 사소한 것—떨어지는 나뭇잎, 피자의 맛, 햇살—을 통해 삶의 아름다움을 느낍니다. 이것이 바로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삶의 본질입니다. 삶은 누가 봐도 위대한 업적이나 특별한 사건으로만 구성된 것이 아니라, 순간순간의 감각, 관계, 경험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입니다.
더불어 영화는 관계의 중요성도 강조합니다. 조는 22번과의 관계를 통해 자아 성찰을 하게 되고, 자신이 오히려 그녀로부터 인생의 본질을 배웠음을 인정합니다. 인간은 혼자 존재하지 않으며, 타인과의 교류를 통해 자신을 재정의할 수 있습니다. 이는 오늘날 개인주의화된 사회 속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줍니다.
결국, ‘소울’은 누구에게나 주어진 평범한 하루가 가장 특별할 수 있으며, 우리는 이미 충분히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작품입니다. 이 메시지는 단순하지만, 우리가 놓치고 있던 본질적 진실입니다. 살아 있는 지금, 바로 이 순간을 사랑할 수 있는 용기를 주는 영화이기에, ‘소울’은 단순한 애니메이션을 넘어 철학적 텍스트로 받아들여질 만합니다.
영화 ‘소울’은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로 하여금 삶을 다시 바라보고 존재의 본질에 대해 질문하게 만듭니다. 조와 22번의 여정은 우리가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을 대신하며, 꿈과 성공을 향한 여정 속에서도 '삶을 느끼는 감각'을 잊지 말아야 함을 일깨워줍니다.
영화 소울을 감상하신 후에 오늘 하루의 모든 순간을 온전히 느껴보는 시간을 가져 보신다면, 진짜 '살아있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